Merry Christmas!

[카일티어] 화연 - THE BOY LOVES THE GIRL 본문

카일티어

[카일티어] 화연 - THE BOY LOVES THE GIRL

花緣 2019. 12. 25. 00:00

화연, @Chlloris

 

 

엔젤릭버스터와 티어.

 

너는 모르는 척하는 걸까, 모르는 걸까?

 

네 마음은 친구일까, 그것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감정일까?

 

나는... 나는.

 

그 마음보다 두 발자국 더 앞서간 것 같아. 

 

 

 

 

 

 

 

 

 

"야, 카일!!!!! 너. 있잖아. 엔젤릭버스터 티저 나온 거 봐, 봤. 냐?"

 

화창한 점심시간, 티어와 카일의 교실에 찾아온 벨데로스가 소리쳤다. 누가 봐도 어설픈 연기였다. 일부러 세게 친 문과 어색한 발음. 그 자리에 있던 아이들은 모두 벨데로스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쟤 요즘 왜 저러냐? 몰라. 주변에 엔젤릭버스터 좋아하는 사람 있나 보지. 아님 카일이 좋아하거나. 헉, 카일이? 

 

다 들린다, 이것들아. 티어가 이를 악물었다. 벨데로스 얘는 정말... 연기는 시키면 안 될 것 같아. 벨데로스한테 부탁한 내가 잘못이지. 무서운 표정으로 그리 중얼거린 티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엔젤릭버스터, 티어. 서로 정반대인 것 같지만 하나인 티어의 또 다른 이름은 '아이돌 엔젤릭버스터'였고 아이돌 엔젤릭버스터의 다른 이름은 '티어'였다. 카일이 나에겐 관심 없어도 엔젤릭버스터는, 엔젤릭버스터라도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에서 출발한 이 엉성한 연극은 어느새 중반을 달리고 있었다. 체육 외 다른 것에 관심이 없었던 카일이 엔젤릭버스터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티어는 슬펐다. 카일이 티어가 아닌 엔젤릭버스터를 바라보는 것 같아서. 그래서 슬펐다. 그렇지만 엔젤릭버스터도 또 다른 나니까. 티어는 그리 생각하며 카일에게로 걸어갔다. 웃고 있는 카일과 벨데로스가 보였다.

 

"아, 티어. 엔젤릭버스터 봤어? 이번에도 노래 좋더라."

 

"그래? 난 아직 안 봤어."

 

티어가 퉁명스레 말했다. 내가 나한테 짜증이 나다니, 이게 대체 뭐야? 서러움과 짜증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났다. 티어는 카일 앞에서 노련하게 거짓을 말할 수 없었다. 카일. 카일. 그 이름이 뭐길래. 좋지 않은 티어의 표정을 눈치챈 듯 카일이 굳었다. 평소에는 눈치도 없으면서, 왜 이럴 때만 이래... 티어의 투덜거림이 표정에 그대로 묻어났다.  

 

"음... 티어, 화난 거야?"

 

"무슨, 내가 왜 화가 나! 안 났어."

 

카일이 살며시 웃었다. 벨데로스가 중얼거렸다. 저런 걸 보면 또 눈치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티어가 벨데로스를 잔뜩 째려봤다. 야, 조용히 해! 티어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두 사람의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한 듯 카일이 티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엔젤릭버스터가 좋아. 티어랑 닮은 것 같아서."

 

순진하게 웃는 그 얼굴은 티어에게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아무런 대꾸 없이 그저 멍하니 카일을 바라보던 티어의 볼이 순식간에 벚꽃색으로 예쁘게 물들었다. 정작 티어를 물들인 카일은 표정 변화도 없이 그저 티어를 보고만 있을 뿐, 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잔잔히 웃으며 티어를 바라보기만 했다. 안 돼, 속으면 안 돼 티어. 또 아무런 자각 없이 그냥 한 말일 거야. 기대하지 마... 카일에게 설렐 때마다 주문처럼 외우는 말들이었지만 어쩐지 오늘은 그 열기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았다. 

 

 

 

 

 

 

 

 

 

 

 

 

무지갯빛 별이 하늘에 내리는 밤, 두 사람은 벨데로스의 축구 연습 때문에 오랜만인 카일과 티어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따라 뭔가 이상해. 카일과 티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카일은 요즘 티어가 어색했다. 분명 오래 알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가 마음을 찔렀다. ...티어랑 불편한 건 싫은데.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문 카일은 달달한 향이 티어를 닮았다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 말이라도 해봐야 하나. 그렇게 카일이 입을 떼려는 순간, 티어 역시 입을 떼었다.

 

"...저기."

 

"저기!"

 

그저 동시에 말 한마디를 한 것뿐인데, 티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정말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평소라면 티어의 손을 잡으며 걸어가고, 오늘 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장난스레 팔짱을 끼며 걸어갔겠지만 카일 역시 오늘따라 어색한 기분에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았다. 티어,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평소라면 진지하게 물어볼 수 있었을 질문이 목에 걸린 듯 나오지 않았다. 왜 이래, 진짜... 카일이 이를 악물었다. 최근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이 감정이 묘하게 신경 쓰였다. 

 

"티어, 오늘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넌 말해줘도 모르잖아."

 

모른다니, 내가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어딨어. 평소라면 다정하게 말했을 대답이 날카로운 티어의 말에 나오지 않았다. 맞는 말이니까. 오늘의 티어는 오늘의 카일이 보기에 너무나도 낯설었다. 티어, 나는... 복잡해. 이게 말해야 할 감정인가? 카일은 요즘 말해야 하는 것들을 말하는 것조차 헷갈렸다. 쏟아진 마음을 담고 싶었다. 

 

"이상해. 티어. 평소에는 이러지 않잖아. 너도, 나도..."

 

"우리의 평소가 뭔데? 서로 웃어주기만 하고, 아무렇지 않게 손잡고, 팔짱 끼고, 넌 그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너는 나한테 아무 마음도 없잖아! 아무 마음도 없는데 왜... 왜 자꾸 그런 행동을 해?" 

 

티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아, 티어가 운다. 내가 널 속상하게 했구나. 어떡하지? 무슨 말을 해야 해? 손을 잡고 달래주고 싶은데, 오늘의 나는 너의 손을 아무렇지 않게 잡고 너를 달래는 게 쉽지 않아. 왜 이러지? 나는... 티어.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카일은 고민에 빠졌다. 눈 앞에 울고 있는 티어를 어떻게든 달랠 수 있다면 말하는 게 맞겠지. 입을 꾹 닫고 굳게 결심한 카일이 말했다. 

 

"나는, 요즘 나는 조금 이상해. 나도 잘 모르겠어.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네 손을 잡고 그랬을 텐데, 이상해. 티어. 모르겠어. 너한테 손을 뻗기가 어려워. 마음이 뜨거워서... 미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카일이 잔뜩 고개를 숙인 채로 연신 미안하다 중얼거렸지만 티어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더욱 서럽게 눈물을 떨어트리는 티어를 보는 카일은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어. 어... 정말이야. 정말인데, 티어. 울지 마. 어렵게 손을 뻗은 카일이 티어의 눈물을 닦았다. 손 한 마디 차이였던 두 사람의 시선이 어느새 한 뼘을 넘어 마주 보고 있었다. 많이 변했구나, 우리가 자란 만큼. 우리의 감정이 변했구나. 나만 변한 게 아니라 너도 변한 거였어. 바보, 멍청이, 해삼, 바보 카일... 진작 말해주지. 작은 원망이 티어를 움직였다. 교복의 끝이 휘날리고, 티어가 카일의 품에 가득 안겼다. 

 

"아직도 모르겠어?"

 

"...뭐를?"

 

"너, 나 좋아하는 거야. 바보야."

 

티어가 카일의 품에 안겨 웅얼거렸다. 어정쩡하게 티어를 안고 있던 카일의 손의 멈추고 당황스러움에 볼이 달아올랐다. 밤이었지만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빨갛게. 

 

 

 

여린 무지갯빛 밤이 지고 새벽이 밝아왔다. 

 

 

 

 

티어, 나는 이 감정이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근데, 무언가 알 것 같아. 사랑이란 걸 배우지 않아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이 감정도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야. ...좋아하는 거구나. 

 

카일, 나는 천천히 기다릴게. 네가 조금씩 올 수 있도록 기다릴 테니까 늦게라도 꼭 와줘야 해. 안 그러면 진짜 너를 미워할 것 같으니까. ...좋아해. 

 

 

 

 

THE BOY LOVES THE GIRL

- 소년은 소녀를 사랑한다

 

 

 

'카일티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일티어] 모카 - 크리스마스  (0) 2019.12.25
[카일티어] 시은 - 가장좋아하는  (0) 2019.12.25
Comments